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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활주로 수출화물 뒤덮여…"비행기 못실을라 안절부절"
대빵 (vgunwoo1) 조회수:185 추천수:2 59.15.102.197
2020-11-23 00:00:00

밤마다 활주로 수출화물 뒤덮여…"비행기 못실을라 안절부절"

입력
 
 수정2020.11.22. 오후 11:33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르포

코로나로 막혔던 물량에
연말 쇼핑시즌 수요까지
항공·해운운임 갈수록 올라
기업들 물류비 부담 눈덩이

대기업 계열 배터리 업체선
시베리아철도로 유럽 수송도
뾰족한 대책없어 물류난 우려


◆ 수출기업 운임쇼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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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해외로 나갈 화물들이 화물기 적재를 기다리며 활주로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한주형 기자]지난 20일 오후 3시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의 한 화물터미널. 화물들이 리프트를 통해 일렬횡대로 정렬된 10여 대 화물기에 실리고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 사람 키 높이보다 높게 화물이 쌓인 수십 개 항공화물용 팰릿(ULD)이 줄을 지어 탑재를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화물터미널 관계자는 "요즘에는 밤만 되면 화물터미널 활주로에 외국으로 나갈 화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쌓인다"며 "비행 스케줄에 맞춰 이 많은 화물을 처리하려면 하루에 4시간밖에 못 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항공을 통한) 주요 수출 품목이 반도체와 휴대폰 부품이었다면,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마스크와 같은 방역 용품까지 비행기로 실어 나른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항공사들도 화물 사업을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여객기를 개조한 '개조 화물기'를 투입하거나 일반 여객기 좌석에 화물을 탑재해 실어 나르고 있다. 지난 3분기 대한항공의 화물기 1대당 월평균 운항 시간은 419시간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1분기(365시간) 대비 14.7%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342시간에서 17% 오른 400시간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넘치는 항공화물 수요를 공급이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항공·해운 운임이 모두 급등하면서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제품을 실어 보낼 배나 비행기를 구하지 못하는 비상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해외 생산공장으로 제때 보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양극재를 보내야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급한 대로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지만 치솟는 물류 비용은 부담"이라며 "급증하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베리아횡단철도까지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배터리 업체는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화물 트럭으로 유럽 현지에 운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해상 물동량 수요 감소를 예상한 글로벌 선사들이 선복(적재 용량)을 크게 줄여놨다"며 "올 하반기 이후 북미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섣불리 물동량을 늘리다가 손해를 볼 수 있어 선사들이 선복 투입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복을 확보하지 못한 수출기업들의 상당수 물량이 항공화물로 넘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중견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 기업은 주로 단기 운송 계약을 체결하고 운임료가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운임 상승으로 직접적인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의 국적 선사 적취율(국내 수출입 물량 중 국적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7%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선사들과 장기 운송 계약을 맺는 대기업도 물류 대란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 한 대형 가전업체는 컨테이너선과 컨테이너박스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흘이면 충분했던 부산항 수출품 선적 기간이 최근 2주까지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수요'로 북미 지역 가전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출 물량이 연간 단위 계약 물량을 20% 초과하는 상황"이라며 "운송 비용도 비용이지만 수출품을 실어 나를 배와 컨테이너박스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산항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요 항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일부 국내 수출기업이 철도 등 육로 운송으로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철도는 운임이 워낙 비싼 데다 운송량도 가격 대비 소량만 가능해 기존 항공·해운 운송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운임 상승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위축된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운임 문제가 물류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결국 수출기업들은 정부가 나서 해결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선사들이 배를 더 투입하도록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사와 선사들은 이번 일에 대해 "전 세계 물동량 증감에 따라 운임이 결정되는 것이지, 한국 정부만의 정책이나 규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송광섭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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